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김애란

2019-04-16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명지가 시리와 말을 섞기 시작한 건 영국에 와서부터입니다.

휴대전화를 찾던 중 우연히 홈버튼을 길게 눌러

시리가 반응했고, 호기심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인터뷰 2. 김애란 작가

이것도 제가 실제로 시리한테 던졌던 질문인데요, 제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라고 했더니 어디로 가고 싶냐고 똑같이 대답을 돌려주더라구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 묻는 문장같지만 실은 삶에 대해 질문하는 문장이겠다. 하겠다싶어서 전체적으로 인물이나 독자들한테 삶의 방향을 묻는 제목을 주고 싶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소리도 못 지르고

연신 계곡물을 들이키며

세상을 향해 길게 손 내밀었을 그 아이의 눈이 아른댔다.


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데 아직 화가 나 있었다.

내 생각은 안 했을까.

떠난 사람의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 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하자니

그 날 그곳에서 처음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당신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작가 김애란 (1980. 인천)

:  데뷔-2002.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

수상-2003.한국일보 문학상 등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