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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 오정희

2019-12-03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오정희의 <동경>은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1982년에 발표된 작으로

유일한 혈육이었던 아들을 잃고 살아가는 노부부의

초여름 어느 하루 낮시간을 통해서

삶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리 비켜~ 저리 치우라니까.  이 망할 계집애야, 네 엄마한테 이를테다“ 

 “일러나, 찔러라, 콕콕 찔러라” 


아이는 마당에서 공처럼 뛰어다니며 거울을 비췄다.

아내는 겁에 질려 마루로 올라왔다.

거울 빛은 마루턱에 늘어서 하얗고 단단하게 말라가는 짐승들을 지나

재빠르게 아내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구겼다 편 은박지처럼 

빈틈없이 주름살 진 얼굴이 환히 드러났다.


아내가 우는 소리를 내며 아이에게 애원했으나

아이는 아내의 돌연한 공포가 재미있는지 작은 악마처럼 깔깔거리며

거울을 거두지 않았다.


거울 빛의 반사가 잠시,

천장으로 벽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다가 

마침내 유리컵에 머물고

밖의 빛으로 어둑신하게 가라않은 정적 속에서

물 속에 담긴 틀니만이 홀로 무언가 말하려는 듯

밝고 명석하게 반짝거렸다.


 

# 인터뷰 : 마지막 장면의 의미 -전소영문학평론가

마지막 장면이 의미심장한 데요. 아이와 할머니가 각각 빛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마당과 어둠의 세계라 할 수 있는 방안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는 장난을 치듯이 거울을 이용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그 거울로부터 공포를 느끼죠. 아이의 거울은 아이가 지니고 있는 생명력을 보여주죠. 반대로 할머니는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서 빛을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거울과 같은 상태입니다. 죽음에 대한 기억.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생의 에너지를 계속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죠. 작가는 거울놀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통해서 할머니가 아이의 반대해 놓여 있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작가 오정희 ( 1947.11.9. 서울)

: 1968. 「중앙일보」에 <완구점 여인>으로 등단

 2003. 제16회 리베라투르상 수상 등 

1979. 「문학과 지성」에 중국인 거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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