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까마귀 - 이태준

2019-12-10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이태준의 <까마귀>는 1936년 “조광”에 발표된 소설로

까마귀소리가 들리는 겨울별장을 배경으로

작가인 남자와 폐결핵을 앓고 있는 여자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고독과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 나와선 까마귀가 내 친굽니다” 

그는 억지로 그 불길스러운 소리를 웃음으로 덮어버리려 했다.

“선생님은 친구라구꺼정!

 전 이 동네가 모두 좋은데 저게 싫어요.

 죽음을 잊어버리면 안되다구 자꾸 깨우쳐주는 것 같아요“  

 무슨 음모를 가지구 복면하구 내 뒤를 쫒아다니는

 무슨 음흉한 사내같이 소름이 끼쳐요.

 아마 내가 죽으면 저 새가 덥석 날아와 앞을 설 것만 같이...”



# 인터뷰 : 전소영문학평론가

작중에서 마지막 장면은 특히 하얀 눈. 검은 영구차. 그리고 갸르르 하는 이 까마귀 울음소리로 이루어져서 여운을 남기는데요. 이태준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통해서 당시 이 비극성을 좀 극복해 보려고 했던 작가였는데. 왜냐면 이 작품이 쓰였던 1930년대는 굉장히 식민지시대의 모순이 극대화되었던 어두운 시대였습니다. 주인공의 가난. 여인의 병. 또 인물들의 닿을 수 없는 사랑과 감정, 이런 것들을 이태준이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아름다움 이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삶에 내려 앉은 지극한 비극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가슴이 섬뜩하였다.

별장 쪽을 올려다보니 전나무 꼭대기에서는

진작부터 서너 마리의 까마귀가

이 광경을 내려다보며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우리 정자로 늘 오던 색시가 갔답니다” 

정자지기가 나타나더니 가까이 와 일러주었다.

그는 고요히 영구차를 향하여 모자를 벗었다.


까마귀들은 이날 저녁에도 별다른 소리는 없이

그저 까악까악거리가다

이따금씩 까르르하고 ‘가’(GA) 아래 R이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내곤 하였다.




 작가 이태준 ( 1904.~ 미상. 강원도 철원)

: 데뷔 - 1925. 조선문단에 「오몽녀」 입선

경력 –구인회 동인,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 등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