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
그것은 기름에 튀겨 건조시킨 국수를
수프와 함께 끓이거나
혹은 그냥 뜨거운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즉석식품이었다.
전성기에 라면은 연간 약 천억 개 이상이 소비되던,
그야말로 지구상 최고의 인기 식품이었다.
김희선의 <라면의 황제>는
2013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라면이 사라진 미래의 이야깁니다.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우리 주위에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 유래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게 된 많은 것들이 있는데요. 김희선작가는 그 친숙한 것들을 가져다가 낯설고 색다르게 그려내면서 우리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을 종종 섰습니다. <라면의 황제>에서도 라면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죠. 라면이라고 하면 한국인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식품 중 하나인데. 그 라면이 갑자기 우리 곁에 사라지는 어떤 날을 작중에 가정해 놓고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아버지, 라면을 기억하세요? 도대체 어떤 맛이었어요? ”
그러면서 그는 책의 중간쯤을 펼쳐 보였는데
이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런 극한의 추위도 라면 한 그릇이면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아버지는 저의 모든 물음에 그저 천장만 계속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진짜로 라면을 먹으면
저 엄청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땐
아주 잠깐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요
실제로 그 날은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밖엔 눈보라가 치고 있었고
먹어보진 못했지만 정말이지 라면 한 그릇만 있다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것 같은 그런 날이었어요.
작가 김희선 (1972. 강원도 춘천 )
: 데뷔-2011. [작가세계]에 <교육의 탄생>으로 신인상 수상
작품- <라면의 황제> <무한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