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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윤흥길

2020-01-21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윤흥길의 <장마>는

1973년 ‘문학과 지성’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집안에서 일어난 이념대립과 화해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그 때 우리는 외할머니가 거처하는 건넌방에 모여 있었다.

“내 말이 틀리능가 봐라.

 인제 쪼매만 있으면 모다 알게 될 것이다.

 이 나이 먹드락 내 꿈이 틀린 적이 어디 한 번이나 있디야?“ 

새벽잠에서 깨면서부터 줄곧 외할머니는 

그 놈의 꿈 얘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인터뷰 . 이데오로기가 식구들을 갈라놓다-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이 소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자신이 겪은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쓴것인데, 서로 사상이 달라서 한사람은 빨치산으로 산에 올라가 있고 또 외할머니의 아들은 국군이 돼서 전선으로 나가서 인민군과 싸워야 되고. 이런 일들이 6.25전쟁 때는 비일비재 했죠. 그래서 이 윤흥길의 장마는 가족 내부에서도 이념이 갈려서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것이야말로 민족의 비극을 한 집안의 문제로 압축해서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네 오면 줄라고 노친께서 여러 날 들여 장만헌 것일세.

 먹지는 못헐망정 눈요구라도 허고가소“

이야기를 다 마치고 외할머니는 불씨가 담긴 그릇을 헤집었다.

그 위에 할머니의 흰머리를 올려놓자

지글지글 끓는 소리를 내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버티던 그것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쉐어이! 숴어이!”

외할머니의 쉰 목청을 뒤로 받으며

그것은 우물곁을 거쳐 넓은 뒤란을 어느 덧 완전히 통과했다.

“고맙네, 이 사람,

 집안일은 죄다 성님한티 맡기고 

자네 혼자 몸띵이나 지발 성혀서 먼 걸음 펜안히 가소”




작가 윤흥길 (1942.전라북도 정읍 )

 :  등단 - 1968.한국일보 신춘문예 “회색 면류관의 계절”

수상 – 2010. 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 소설부문.

2004. 제12회 대산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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