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이야기는 어느 따뜻한 봄날, 스무살 청년인 주인공이 뒷동산에 올랐다가
꽃이 화려하게 핀 나무 밑줄기에서 아주 재미있는 간판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꿈을 찍는 시간관으로 가는 길, 동쪽으로 5리.
나는 그 연분홍 꽃나무에 핀 꽃 같은 건 생각할 사이도 없이
곧 이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아 떠났습니다.
마침내 나는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은 것입니다.
이런 산중에 어울리지 않으리만큼 커다랗고 휼륭한 양옥집이었습니다.
벽과 창문만이 아니라 지붕까지 새하얀 집,
다만 정문에 커다랗게 써 붙인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일곱 글자만이 파아란 하늘빛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이 소설은 사실은 가슴 아픈 이야기예요. 이 소설 속의 화자 주인공으로 말하면 해방된 이듬해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왔죠. 그러니까 소중한 성장과정의 경험이 이북에 담겨 있는데 그 북쪽 지방에 다시는 올라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 그리운 고향과 고향에서 같이 자라던 순이라고 하는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꿈으로 꾸면 이것을 찍어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간절한 향수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이제 이 주인공은 자기의 어떤 그리운 꿈 중에 어떤 것이 나올까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죠.
자, 그럼 당신도 곧 그리운 이를 만나는 꿈을 꾸십시오.
그리운 이의 꿈을 사진 찍어 드릴테니.
그 방법~
당신이 있는 방 한 구석에 흰 종이 한 장과 만년필 한 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그 종이에 그 파란 잉크로 당신이 만나고 싶은 이와
지난 날의 추억의 한 토막을 써서 그걸 가슴 속에 넣고 오늘 밤을 주무십시오.
내일 날이 밝으면, 당신은 지난 밤에 본 꿈과 꼭 같은 사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 겁니다.
작가 강소천 (1915.9.16.함경남도 고원 ~ 1963.5.6.)
: 데뷔-1931.동시 <버드나무 열매> 발표
수상-1985. 금관문화 훈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