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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선 - 조선작

2020-10-20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월급쟁이 십 일년 만에 내 집을 하나 장만하게 된 감격스러움이야 

어찌 필설로 다 이르겠는가.

내 집 갖기 작전의 순 자기 자본 일금 일백 삼십만원의 거금을 만들기까지 겪어온 파란곡절은,

아내 말마따나 참말 치사하고 더러워서 돌이켜보고 싶지도 않다.

“이러면서도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것도 산다고 할 수 있어요?” 

하고 말하며 아내는 곧잘 무참한 표정을 짓고는 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조선작의 <고압선>은 1974년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작품은 소시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고압선을 통해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사실 한국전쟁 이후부터 주택 부족의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더군다나 1970년대는 한국 사회에서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대도시인 서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를 했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서울에 정착을 하고 싶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셋방살이의 설움을 견디면서 떠돌이로 살아야 했습니다. 안정된 집 그리고 방에 대한 불안과 욕망은 1960년대, 70년대 서울의 거주민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어요.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는 바로 이 당대의 경험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집을 계약하고 나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만한 집도 없이 셋방살이로만 전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고압선 밑이라고는 하지만,

비만 오면 구들장까지 물바다가 된다는 둑방 밑 동네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헐떡거리며 기어올라야 하는 산비탈 동네보다,

공동묘지가 마주 보이는 기분 나쁜 동네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머리위로 고압선이 지난데서 도시 불편할 것은 없거든.

나는 이렇게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복덕방 영감쟁이의 말을 

자꾸만 되뇌면서 말이다 




작가 조선작 (1940.2.3.대전)

:  데뷔-1971. [세대]에 단편소설 「지사총」(志士塚) 발표.

주요작품- 「시사회」(1971), 「영자의 전성시대」(197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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