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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살인자 - 서미애

#라디오 책방 l 2022-08-16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또 다시 목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그놈이 원하는 것은 바로 오늘 같은 날,

어쩌면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살인하기 좋은 날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놈은 오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아니, 꼭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자살을 택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던 중 신문에서 연쇄살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래, 이거다, 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면 된다.

이미 몇 명이나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게 

나 하나 더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었지만 사건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목적은 간단한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손에 살해당하는 것.

그러면 하린이 앞으로 6억이라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오는 목요일이 되면 

무작정 집을 나서 여기저기 거리를 쏘다니는 것이었다. 


결국 네 번째 외출에서 살인범과 마주친 것이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주인공은 범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고 딸은 원치 않더라도 보험금을 결국 타게 되겠죠. 이 결말은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살인범을 잡고 영웅이 되는 그런 좋은 결말도 있는데 작가는 굳이 이 작품의 결말을 비극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이것은 주인공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그런 뜻도 됩니다. 즉 이 작품이 쓰였던 IMF 이후에 현실이 개인에게는 그만큼 암담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 반가운 살인자도 굉장히 아이러니컬한 제목과 내용을 통해서 IMF 이후에 생존경쟁에 내몰려야 했던 개인의 고난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죠.



한 참 동안 살인자는 내 귀에 휴대폰을 대어주었다.

덕분에 마지막으로 하린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별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있는 힘을 다해 입을 움직이려 해 보았지만 

살인자는 핸드폰을 폴더를 덮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끝내 해줄 수 없었다.


흐릿해진 눈으로 살인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하린이에게 말해주려고 모았던 마지막 힘으로 그에게 말을 건냈다.

그것이 세상에서 내가 했던 마지막 말이다.


“반가웠어....살인자....” 




작가 서미애 (경상북도 1965~ ) 

 - 등단 : 19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목련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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