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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 나도향

2023-03-28

ⓒ Getty Images Bank

덜컹덜컹 홈통에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겻가루가 켜켜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 나온다.


솰솰솰,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까지 뻗치었다가 다시 쾅쾅 쏟아져 청룡이 되고 백룡이 되어

용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 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리 쯤 꿰뚫은 뒤에

방원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레방아 하나가 놓여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너를 장난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겠고

 후사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까, 네가 내 아들이나 하나 낳아주렴.

 그러면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되지 않겠니?

 자아, 그러지 말고 오늘 허락을 하렴.

 그러면 내일이라도 방원이란 놈을 내쫓고 너를 불러들일 터이니”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어요.” 


“허어, 그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 무엇 있니.

 내가 나가라는데 제가 나가지 않고 배길 줄 아니?” 



# 인터뷰. 전소영

물레방앗간은 보통 마을에서 동떨어진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떠돌이 나그네의 휴식처로 사용이 되거나 아니면 은밀한 사랑을 나누려는 연인들의 도피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농촌의 가난의 문제가 성에 관한 윤리 의식을 어떻게 변질시켰는지를 잘 보여주는데요. 즉 경제적인 문제와 에로티시즘을 결부를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물레방아가 지닌 전통적인 상징성 그런 성적인 의미들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과 같이 나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나의 칼로 너를 죽일 수는 없다.”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너의 입으로 정말 그런 말이 나오느냐?

 너는 나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한 후에 

 세상에서 지옥이라고 하는 감옥소에까지 가게 하였지.

 그러고도 나의 맨 마지막 원을 들어주지 않을 테냐?”


“나는 언제든지 당신 손에 죽을 것까지도 알고 있소.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언제든지 죽기는 일반,

 이렇게 된 이상 나를 죽이시오.”


방원은 칼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고 힘껏 내밀었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르르 떨리더니 피가 새어 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 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렸다.




작가 나도향 (서울, 1902.03.30.~1926.08.26)

    - 등단 : 1921년 장편소설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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