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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이클이 죽은 날 - 고요한

2023-09-12

ⓒ Getty Images Bank
“맨 처음 일한 곳이 명동의 레코드 매장이었어.
 쉬는 날도 없이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면서 7년을 일했어.
 참을 수 없는 건 크리스마스였어.
 미사를 보려고 명동성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얼마나 외롭던지.
 그 때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왔어.
 그의 목소리가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어.
 백번도 넘게 그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조지 마이클과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일이 끝나고 난 벽에 걸리 조지 마이클 브로마이드를 떼어 벽에 붙였어.
 그 날 밤 조지 마이클을 가족으로 받아들였지” 

- 방송 내용 중 일부 


“근데 왜 우리가 가족 사진을 찍어야 하지?” 

“우린 가족이니까. 한집에 살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후지까지 있잖아” 

“한집에 산다고 가족이야?” 

“이렇게 생각해 봐.
외롭고 쓸쓸할 때 너와 같이 있어준 조지 마이클이 네 가족이라며.
마찬가지야.  내가 외로울 때 네가 나타나 줬고, 힘들 때도 네가 내 옆에 있어 줬어.
버려진 후지를 입양해 우리가 옆에 있어 줬고.
그러니까 우린 가족이지”

“조지 마이클이 내 가족인 걸 인정하는 거야?” 

“어? 그, 그래. 이젠 나도 조지 마이클을 가족으로 받아들일게.
그러니까 너도 우리가 가족이란 걸 인정해야지.” 


# 인터뷰. 방민호
이 소설의 주제가 가족 만들기에요.  이 소설 속에서 해미도 그렇고 주인공도 그렇고 외로울 때 있어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이것은 비혈연적인 가족 개념이고 작가는 요즘 세대들은 가족을 만들기를 두려워 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구나. 조지 마이클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을 그렸구나 생각합니다. 


사진사는 후지의 영정사진을 찍고 컴퓨터 앞으로 나를 불렀다.
사진을 본 순간 해미의 가족은 내가 아니라 조지 마이클이란 걸 깨달았다.
사진 속에는 내가 없었다.
해미와 두 명의 조지 마이클이 있을 뿐이었다.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빨간 우산을 쓴 채 버스를 기다리는 노부부가 보였다.
한 세월 동안 틀어진 목도리를 바로잡아 주고 
영정 사진까지 찍어야 가족이 완성되는 것일까.
그 때 사진사가 조지 마이클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틀고는 내게 엄지척을 했다.

오늘이 우리에게도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작가 고요한 (전라북도 진안, 1969년~)
    - 등단 : 2016년 문예지 [문학사상], [작가세계] 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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