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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하면서 지구촌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무역 담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0일의 무역 전쟁 휴전'이라는 합의를 내놓았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서 미·중 갈등은 고조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협상 경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심순형 박사와 미·중 무역 협상을 살펴보자. 

미·중 무역전쟁 90일간 유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과 8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25%로 올린 데 이어 9월에는 2000억 달러 어치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기면서 양국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다. 마주 달리는 열차끼리 충돌을 불사하듯 무역 분쟁이 악화되면서 미국은 내년 1월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추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역 분쟁으로 올해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5%,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0.3%p 감소했다. 미국 또한 최근 부동산과 자동차의 판매가 줄어드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자 양국은 무역전쟁 확전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 리스크도 당분간 줄어들어...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으로서는 단기적인 불안 요소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대 중국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 반도체 업계,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자 업계, 중국 경기 침체로 수익 감소에 시달린 자동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중 무역 분쟁이 화해무드로 돌아서면서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7% 상승했다. 

미사일맨 vs 경제 책사, 미·중 90일 협상 파워게임 

아르헨티나 현지 시간 1일 이루어진 미·중 정상 간 합의에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90일 동안 협상을 하게 된다. 논의할 내용은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과 절도 등이다. 그런데 미국은 대중(對中)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협상단 수장으로 내세웠다. 이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지적재산권 침해와 강제적 기술이전, 비관세장벽 등 핵심 쟁점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경제 분야 복심으로 불리는 류허 부총리를 선봉에 내세워서 중국의 이익을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국의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되면서 90일의 유예기간 동안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안·협상전망 '안갯 속', 갈등은 불거질 수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 기술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싸움이다. 즉, 미국이 견제하는 것은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 국산화를 통해서 2025년 제조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을 통한 기술 굴기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첨단기술 제품을 대거 포함시켰다. 그렇지만 중국으로서도 이는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양국이 협상 기간에 추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 하면 갈등 국면이 재현될 수도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지난 1일 체포된 사실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90일 시한부 무역협상, 한국의 대책은? 

미·중 무역 분쟁은 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한국 경제의 직격탄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무역 분쟁을 상시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대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바꿔서 한국 경제의 체력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