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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46억 달러 가까이 늘면서 다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 586억 8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사상 최대 기록인 5월 말 당시 보다 20억 달러 이상 증가한 규모다.

외환보유액이 무엇이고, 이것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코로나19 이후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멈추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떤 안전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지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연구위원과 알아본다.

외환 보유액 4,586억 달러 ‘사상 최대’…세계 8위 규모

외환보유액은 한마디로 국가의 '비상금'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거나 예전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할 때 또는 외환시장이 갑자기 불안정할 때 정부나 통화 당국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비상금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긴급사태에선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 신임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러한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다를 기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증가 배경…한은 “외화 자산 운용수익 늘어난 영향”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를 살펴보면, 중국이 3조 2140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이 2위, 스위스 3위, 그밖에 러시아, 인도, 대만, 홍콩이 우리나라보다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 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외환보유액 때문에 큰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1997년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까지 떨어졌고, 결국 국제통화기금,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외화자금 사정은 개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가 한 번 있긴 했지만 이후 외환보유 창고는 든든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IMF 당시 보다 100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특히, 2021년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세계 8위권 수준으로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많다는 건 우리 경제의 체력이 좋다는 의미다. 

외화 보유액 많다는 건, 한국 경제 건전성 좋다는 의미

이 외환보유액이 많은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외환보유액이 국가 비상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점을 고려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무엇보다 안전성과 유동성을 우선시해 운용된다. 이자는 낮더라도 안전하고 빨리 현금화 할 수 있는 것에 투자된다. 대표적인 게 미국 국채인데 이런 것들은 안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다. 즉, 안정적인 외환보유액을 확보함으로 인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잃는 것이다.

이런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외환보유액이 너무 과한 것 보다 적정규모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 지금 상황에선 어떨까?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출구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 파장과 우리 경제의 파장이 우려된다. 미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본격화할 경우에 그 충격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의 흐름이 예정된 가운데 실물경제의 충격에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한데, 적절한 수준의 외환보유액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기회비용, 글로벌 위기 고려…적정 외환보유액 더욱 중요

전 세계가 불황을 겪는 코로나19 시대의 충격완화장치가 될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액, 이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보다 구체적인 고민과 함께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화 곳간이 더욱 든든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