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성석제작가의 <블랙박스>는 발표된 것은 2014년.
당시 ‘미친 작품이 나타났다’고 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작품입니다.
문제는 잘 쓰느냐 못 쓰느냐이고,
더 큰 문제는 언제나 전과 다르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독자를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나이가 들면 소설을 쓸 거리가 차 있는 탱크는 줄어들고,
감정의 에너지는 약화되어서 독자를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
어쩌다 들어오는 소설 청탁이 뜯어보기도 두려운 출두 통지서나 다름없다.
#인터뷰 :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블랙박스는 겉으로 보면 아주 작은데, 그 안에 진실, 사연, 이런 것들이 다 담겨 있잖아요? 여기도 작중 작가 이름도 박세권이고, 블랙박스 달아주는 사람도 박세권인데, 하나의 주체를 둘로 나누는 도플갱어 같은 요소죠. 즉 하나의 주체로 보이는 소설가 안에 여러 개의 자아가 분열되어 있고, 그것들을 사람들은 그냥 작가로만 알고 있는 거죠. 그런데 그 내적인 사연을 얘길 하기 위해서 블랙박스라는 도구를 끌어 들였다고 할 수 있죠.
결국 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였다.
동명이인이라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자살, 피살, 자연사, 사고사, 병사, 중독사, 익사...
내가 나의 분신인 너희들에게 부여한 죽음은 삶 만큼이나 다양하다.
나는 너의 길게 늘어진 혀를
오래도록 보고 있을 수 없어 금방 묻어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너를, 너희를, 모두를 난, 난, 사랑했다.
너, 너, 너, 너희는,
문자라는 고대로부터의 집단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남아 있을거야.
내, 내, 내, 나의, 죽음의 도서관에,
또는 블랙, 오 블랙, 오, 블랙박스에, 박, 박제가 되어.
작가 성석제 (1960.7.5. ~경상북도 상주)
: 데뷔-1986. 문학사상 시 부문 “유리 닦는 사람”
수상-1997.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 단편소설 <유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