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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어둠의 혼 - 김원일

2019-04-09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아버지가 드디어 잡혔다는 소문이

읍내 장터 마당 주위에 퍼졌다.

아버지는 어제 수산리 장날 장거리에서

사복입은 순경에게 붙잡혔다고 했다.

그래서 어젯밤 늦게 진영 지서로 묶여 왔다는 것이다.

장터 마당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늘 안으로

아버지가 총살당할 것이라고 쑤군거렸다.

 


김원일의 <어둠의 혼>은 1973년 “월간문학”에 발표됐는데요,

소설의 배경은 6.25 전쟁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949년.

좌익운동에 가담한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된 후 총살당한 모습을 

초등학교 6학년의 아들 갑해가 목격하기까지, 하루동안의 이야깁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나는 강둑을 거닐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쉬지 않고 흐르는 이 강처럼 너도 쉬지 않고 자라야 한다...” 


그러자 아버지가 죽었다는 실감이 

나의 가슴에 소름을 일으키며 아프게 파고든다.

나는 갑자기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서른 일곱의 나이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아버지.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한다.

그와 더불어 나는 무엇인가 깨달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 느낌을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이를테면 살아가는 데 용기를 가져야 하고,

어떤 어려움도 슬픔도 이겨내야 한다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이제 집안을 떠맡은 기둥으로서 

힘차게 버티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굳은 결심이 내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뜨거운 눈물을 그 느낌이 달래고 있다.




작가 김원일 (1942.3.15. 경상남도 김해 )

: 데뷔-1967. [현대문학] <어둠의 축제>

수상-1974. 현대문학상, 1978.한국소설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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