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소나기>는 이성에 막 눈을 떠가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 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1953년 발표된 작품인데, 전쟁중에 이런 이야기를 써요. 세계가 서로를 살상하고 죽이고 할 때, 그런 세계와는 다른 정말 순수한 소년 소녀들의 사랑의 이야기를 지어냄으로써 이 세계는 죽음과 살상의 세계를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작가는 얘기하고 싶었던 거죠. 이 소설의 진짜 숨은 아름다움은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숫단 속은 비가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 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작가 황순원 (1915.3.26. 평안남도 대동 출생 )
: 데뷔-1931. 동광 <나의 꿈> 등단
수상-금관문화훈장(2000) 대한민국문학상(1983) 예술원상(1961)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