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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고 - 김이설

2019-08-06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역한 비린내가 났다.

정액 냄새라고 생각했는데, 비 때문이었다.

창턱이 빗물로 흥건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였다.


“네 엄마가 죽었다.” 


엄마는 지난 이태 동안 식구들의 짐이었다.

당뇨 후유증으로 온 몸이 썩어 들어갔다.

시력을 잃고 다리를 절단하고도 생을 연명했다.

나는 슬프지 않았다.



2011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김이설작가의 <부고>는 

비오는 새벽, 

주인공 은희가 부고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나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매일 마시던 커피맛이 달랐다.

엄마가 죽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슬플 이유가 없었다.


여하튼 남편을 떠나고

어린 나와 오빠를 버린 사람이었다.

속이 메스껍고 자꾸 생목이 올라왔다.

기분이 나빴다.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은희의 현재는 과거와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는데, 특히 참혹했던 사건을 겪고 나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비밀이 많은 모호한 그런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게 됩니다.  은희의 이런 성격이 보이는 장면이 많이 등장을 하는데 가령 생모의 부고를 받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데, 은희는 말로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슬플 이유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감정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매일 마시던 커피의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라고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말하는 것과 마음의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작가 김이설 (1975. 충청남도 예산 )

:  데뷔-2006. 〔서울신문〕단편소설 “열 세 살” 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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