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시각장애인들은 경 읽는 법이나 점치는 법을 배워 점복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음악을 익혀 궁중의 악공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운란은 성균관 진사시험까지 합격한 선비였지만, 이후 눈병을 앓아 시각을 잃었다. 더 이상 글공부도 하기 어렵고, 선비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던 김운란은 아쟁을 배워 스스로의 마음을 달랬는데, 그 솜씨가 뛰어나서 귀신도 놀라게 했다고 전한다.
허균은 “김운란은 아쟁을 잘 탔다. 마치 사람이 말하는 듯해서, 그가 타는 계면조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을 남겼고, 율곡 이이도 김운란의 아쟁 연주를 듣고 시 한 편을 남겼다.
빈 누각에서 쟁 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서 말소리도 끊어졌네
줄마다 손에 따라 소리 나는데
시냇물이 깊은 곳에서 흐느끼는 듯해라.
가을 매미가 이슬 맺힌 풀잎을 안고 우는 듯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옹달샘 소리인 듯
하늘 향해 귀를 기울이자
여음이 오래도록 그치지 않네.
(중략)
오늘 밤에 우연히 만나게 되니
옛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구나
술잔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푸른 하늘엔 맑은 달만 높이 걸렸네.
- 율곡 이이(『악인열전』)
1. 아쟁산조 중 허튼가락 / 아쟁 김일구
2. 철아쟁산조 / 철아쟁 윤윤석, 장구 김청만
3. 달빛유희 / 연주 앙상블 시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