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은
1936년 조광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티룸 아네모네의 마담 영숙이가
처음 귀고리를 하고 나타난 날의 풍경으로 시작됩니다.
티룸 아네모네에 마담으로 있는 영숙이가
귀고리를 두 귀에 끼고 카운터 뒤에 나타난 날,
아네모네 단골손님들은
영숙이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한들한들 춤을 추는
그 자주빛 귀고리의 아름다움을 탄복하였다.
오늘 영숙이 가슴은 사탕 도적질해 먹다가 들킨
어린아이 가슴처럼, 죄고 불안스러웠다.
그는 몇 번이나 변소로 들어가서
콤팩트를 꺼내 그 똥그란 면경에 비치는 얼굴,
아니 그 보다는 그 귀고리를 보고 또 보았다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주요섭은 당대 사회에서 감정을 억압당했던 여성들의 내면 혹은 그 심리상태를 굉장히 잘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작가인데요. 영숙이가 다방을 운영하는 신식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을 곧이곧대로 표현을 못하고 계속 숨기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귀걸이는 그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 영숙의 감정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귀걸이가 차갑다 이렇게 얘기를 할 때는 사실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얘기고, 또 귀걸이가 따갑다라고 얘기를 할 때는 빗나간 애정 때문에 씁쓸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그 얘기를 한 것이고.
영숙이는 자기가 골라 든 <미완성 교향악> 소리판을 들고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재즈가 끝나기를 기다리었다.
그 학생은 왠일인지 오늘 밤에는 벌써부터
상위에 올려놓은 두 팔 속에 머리를 파묻고 엎디어 있는 것이었다.
영숙은 고개를 돌려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귀고리가 찰싹찰싹 그의 뺨을 스치었다.
‘귀고리가 매끄럽기도 매끄럽다’고 그녀는 생각하였다
작가 주요섭 (1902.11.24.평양 ~1972.11.14. )
: 데뷔-1921. 매일신보 “깨어진 항아리” 입선
수상-2004 건국훈장 애족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