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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할로윈 - 정한아

2019-09-03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죽음에 이르러 부탁하여-

할머니는 유서의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장례식을 10월 넷째 주 금요일에 집에서 치를 것.

집과 토지를 네 명의 자녀들에게 나눠줄 것.

가게를 정리하여 세희에게 넘길 것.


마지막 순간, 할머니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들썩였지만 이내 긴 숨을 내쉬고 세상을 떠났다.



2016년 “한국문학”에 발표된

 <할로윈>은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유언장에 가게를 넘기라고 한 세희는

할머니 손녀로 부모가 이혼하면서 할머니와 살게 됩니다.



“당신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어요.  어리석은 판단을 했군요.

 돈을 탕진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요.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해요.

 여덟 개의 컵은  당신이 애착과 희망을 가지고 채운 것들이죠.

 그것들은 땅에 쏟아버려야 해요.

 그 전엔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다니엘은 컵을 거꾸로 드는 흉내를 냈다.

나는 허공을 움켜 쥔 그녀의 손을 보았다. 마르고, 강인한 손이었다.

할머니와 닮은, 언제나 내가 갖고 싶었던 손.

입술을 들썩였지만 이내 긴 숨을 내쉬고 세상을 떠났다.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다니엘은  떠나기 전에  세희의 운명을 봐주면서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너를 만들어왔다면 그것으로부터 탈피해서 새로운 네가 되라고 말하죠. 즉 세희는 상실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가짜애착, 가짜희망 이런 것들을 만들고 품어왔는데, 그런 것들을 물컵 비우듯이 비워버릴 때, 진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라는 의미인 것이죠. 카드점의 결과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다니엘이 세희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일 수도 있죠. 




작가 정한아 (1982. 서울 출생 )

:  등단- 2007. 제12회 문학동네 장편 <달의 바다> 당선 

수상 -2019. 제24회 한무숙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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