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하근찬의 <삼각의 집>은 1966년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작가인 주인공이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사진집을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야! 이거 멋있다.
아버지, 이거 크리스마스지요? 미국의 크리스마스지요?“
영일이의 말마따나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미국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실내장식이나 파티,
혹은 교회의 성가대 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개집이었다.
큼직한 삼각형의 집이었다.
곁에 조그만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고,
지붕에는 십자가가 꽂혀 있었다.
온 가족이 아내의 사촌 오빠인 종두의 집을 향합니다.
새로 지은 집은 미아리에 있었는데요,
시장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산비탈을 한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꼭 미국 개집 같죠?”
“뭐?”
“책에 있는 미국 개집 말이에요. 꼭 그 개집같이 생겼잖아요. 삐죽하고...“
“그런 소리 하는거 아냐!”
그러나 이미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삼각형인 것이었다.
물론 이 집도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에 있는 그 개집처럼 오각형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지붕이었다.
천막조각과 시꺼먼 油紙(유지)조각으로 이어 맞추다가
모자라서 그랬는지,
혹은 빗물이 새서 그랬는지,
군데군데 레이션박스 조각으로 땜질을 해 놓았다.
작가 하근찬 (1931.10.21. 경상북도 영천 ~2007.11.25.)
: 데뷔-1957.한국일보 <수난이대>
수상-1998, 보관문화훈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