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파도소리가 베개를 때린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여느 날 같으면 벌써 나갔을 전등이
그대로 들어와 있다.
아마 이 포구에 또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기쁜 일이나 그렇지 않으면 슬픈 일이.
섬 안은 그대로 한집안이다.
<갈매기>는 1958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부산에 피난왔던 중학교 교사 훈이
7년째 섬 사람들과 한 집안같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훈은 어제저녁에도 그 <집시의 달>을 들었다.
두 등대에 불이 들어와,
청홍(靑紅)의 물댕기를 길게 수면에 드리울 때,
고요한 밤하늘에 수문(水紋)처럼 번져나가는 색소폰 소리.
자꾸자꾸 그의 상념을 옛날로 옛날로 밀어세우는 그 서러움에 목쉰 소리.
밤마다 흐느껴 흐르는 그 색소폰 소리를 들으면,
누가 부는 것인지도 모르는 대로
그는 자기 방 마루 기둥에 기대앉은 채
별이 뿌려진 밤하늘을 우러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인터뷰 1. 전소영 문학평론가
작가 이범선은 전쟁 중에 실제로 거제도에서 교편을 잡았다고 해요. 그러니깐 물론 이 소설 속에 섬이 거제도라고 쓰여있지는 않는데, 훈이란 인물에는 작가가 겪었던 그 당시 경험담이 많이 들어있다고 할 수가 있죠. 이 소설이 쓰인 전쟁 이후의 시기에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끊어지고, 아무래도 전쟁 때문에 도덕성도 희미해지고, 사람들이 고립되고, 또 단절되어있는 그런 세계였습니다. 그런데 그렇다하더라도 사람들 마음에는 어떤 작은 불씨 같은 사소한 정, 의리 같은 것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 시대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거제도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작가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해요. 그래서 그런 마음들을 이 소설에 담아냈습니다.
작가 이범선 (1920.12.30. 평안남도 안주~ 1962.3.13.)
: 데뷔- 1955. 현대문학 <암표> 등단
수상-1980. 제1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