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학춤의 대를 이은 사람은 죽은 성준이와 그리구선 나밖에 없지“
성구영감은 이렇게 허두를 꺼내놓고 나서는
<설중매>의 연극과 함께 유명한 원각사에서
학춤을 추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신이 나서 풀어놓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 때의 춤이 춤이었지. 요즘의 춤이야 그게 어디 춤이라구“
듣는 노인들도 그의 흥을 돋워줬다.
주인공 성구영감은 학춤을 추는 예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찾아주는 이 없이 양로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처집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소싯적’ 무대서 학춤추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움직이는 것이 없으면서도
손끝으로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부드럽게 떨어대는 움직임,
그의 이마에서는 땀이 빗발치고 숨결이 고도로 높아졌다.
그래도 자세를 구지기 않고 서 있던 그는
주춤하고 학의 걸음으로 두어 걸음 걸어 나가고는
지금까지 광채가 나던 눈이 부드러워지며
팔을 차차 거두기 시작했다.
마치도 학이 벌렸던 날개를 거두듯이.
그러고는 사풋이 주저앉아 목을 두어 번 비꼬고서는
옆으로 약간 누인 채, 가만히 눈을 감아 버렸다.
고즈적하고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인터뷰 4. 마지막 장면의 의미 (전소영)
흔히 하나의 예술작품이 있을 때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의 분신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평생을 받쳐서 학춤을 위해 살아냈던 그 성구 노인에게도 학춤은 그냥 인생 그 자체,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장렬하게 학춤을 추고, 눈을 감는데, 다행히도 그곳에 학춤을 보러왔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학춤이 길게 긴 여운으로 남죠.
작가 김이석 (1914. 평양 출생~ 1964.)
: 저서- 돌배나무, 환등, 부어, 외뿔소 등
수상-제4회 아세아자유문학상(1957년), 제14회 서울시 문화상(1964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