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나를 지금의 이 ‘게으름체료센터’에 집어넣은 사람은 할머니였다.
2008년에 발표된 구경미작가의 <게으름을 죽여라>는
‘게으름치료센터’라는 의미심장한 장소를 언급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나’는 스물여섯 살로 취업준비중인데요
평생을 곱창집을 운영하면서 가족을 건사해 온 할머니에게
취업준비생 손녀는
게으름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보일 뿐입니다.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작중에서 이 주인공은 게으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받은 사람이죠. 취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현대의 문제는 이런 청년이 있을 때 취업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물어보기 보다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냥 게으른 사람이다 이렇게 여겨버리곤 합니다. 소설에서는 이 냉혹한 현대의 풍경을 좀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게으름을 아예 질병이라 여기고 치료를 해주는 센터를 재미있고 무시무시하게 그려놓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원이 아니라 입소가 맞다.
할머니는 게으름을 병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습관이나 무기력에 더 가까우니까.
그래서 이곳의 우두머리는 원장이 아니라 교장이고,
직원들은 간호사가 아니라 선생이다.
선생은 우리를 교육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이곳의 명칭은
학교나 훈련소가 아니라 치료센터일까.
어쩌면 교육생들을 철저하게 교육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인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게으름을 병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할머니같은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지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구경미 (1972. 경남 의령)
: 데뷔-11999.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백여관에 들다”
작품-“초지일관 그녀는”(2002) “노는 인간” (2005)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