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전화>는 가정에 전화기 보급이 시작되던 당시.
전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부간의 갈등을 통해서
중산층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나 좀 보세요 지금 전화가 왔에요”
한 마디 톡 쏘고 나서 어색한 빛을 감추랴,
복받쳐오르는 웃음을 참으랴, 성을 내어 보이랴,
꼭 다문 입술이 눈웃음과 함께 쫑긋쫑긋하는 게
주인의 눈에 스치어갔다.
“전화가 왔으면 그런 반가울 데가 있나! 인제는 소원 성취했구려”
젊은 주인은 그저께 밤에 요릿집에서 술을 먹다가
채홍이에게 자랑삼아서
그 날 저녁때 맨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것이 인제야 생각났다.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전화>라는 소설을 쓰던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정말 잘 알 수가 있어요. 여기서 보면 결혼 한 남자가 기생집에 버젓이 다니고 그 기생과 사귀는 얘기를 집에 와서 버젓이 하고 지금 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관계를 보여준단 말이죠? 그 전화가 그런 풍속을 보여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등장을 하고 있어요. 그런 세태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염상섭의 일종의 풍자적 정신이 그 안에 들어있다. 라고 할 수 있는거죠.
“가다간 이런 일두 있어야 살 자미가 있는 거야”
아씨의 신기가 이렇게 좋기란 결혼 이후에 처음일 것이다.
“흥, 그 영감 결국 채홍이에게 김장 해 준 셈이군“
인제야 안심이 되었다는 듯이 아내는 샐쭉 웃다가
옷도 채 못 벗고 이주사 턱밑에 다가와앉아서 조르듯이 의논을 한다.
“여보, 우리 어떻게 또 전화 하나 맬 수 없소?”
남편은 하 어이가 없어서 웃기만 하며 아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본다.
작가 염상섭 (1897.8.30. 서울~1963.3.14.)
: 데뷔-1921. 단편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수상- 1971. 은관문화훈장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