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2014년에 발표된 천명관 작가의 <퇴근>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직장인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빈민으로 추락한 상황.
“아직 나이도 젋고 사지도 멀쩡한데 왜 일을 못 구해?”
실업률이 구십 퍼센트를 넘어선 지 십년이 넘어
직업을 구하는 건 이제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얘기만큼이나 허황된 꿈이 되었다.
그런데도 조정관들은 언제나 모든 책임이 실업자에게 있다는 듯
호되게 몰어붙이곤 했다.
아버지가 사라진 건 남자가 열 살 되던 해였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거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 남자의 가족은 말할 수 없이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남자는 수 십년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의문을 아버지 앞에 꺼내놓았다.
“근데 왜 우리를 버리신 거예요?”
“내가 너희를 버렸다고? 누가 그런 소릴 하디?”
“엄마가요. 다른 여자가 생겨서 우릴 버리고 떠난 거라구요”
“얘야, 그건 오해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그걸 이해해야 돼“
“그럼 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미숙이가 죽은 건 알고 계세요?
병원비도 없어서 치료도 한 번 못 받고 죽어갔는데 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거예요?”
“미안하다.
미숙이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내가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갔다는 건 정말 오해란다.
난 사실 집을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어”
“난 집을 나간 게 아니라.....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는거야”
#인터뷰.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퇴근하지 못 한다는 건 뭡니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거죠 현재 한국에서의 이 장시간 노동 메커니즘을 풍자하기 위해 이대로 가다가는 퇴근을 못 하는 일이 벌어질 거야라고 하는 상상 속에서 그 아버지 세대는 아직 퇴근을 못 했고 그 아들 세대는 취직을 못 해서 자기 자식 조차도 제대로 기를 수 없는 그런 식의 극단적인 양상이 빚어질 거라는 풍자적 장치로써 퇴근 하지 못하는 아버지라는 설정 안 해 놓은 겁니다.
작가 천명관 (1964. 경기도 용인)
: 데뷔- 2003. 소설“프랭크와 나”
수상-2015.제7회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