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문화

퇴근 - 천명관

2019-11-12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2014년에 발표된 천명관 작가의 <퇴근>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직장인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빈민으로 추락한 상황. 



“아직 나이도 젋고 사지도 멀쩡한데 왜 일을 못 구해?” 


실업률이 구십 퍼센트를 넘어선 지 십년이 넘어

직업을 구하는 건 이제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얘기만큼이나 허황된 꿈이 되었다.

그런데도 조정관들은 언제나 모든 책임이 실업자에게 있다는 듯

호되게 몰어붙이곤 했다.



아버지가 사라진 건 남자가 열 살 되던 해였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거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 남자의 가족은 말할 수 없이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남자는 수 십년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의문을 아버지 앞에 꺼내놓았다.


“근데 왜 우리를 버리신 거예요?” 

“내가 너희를 버렸다고?  누가 그런 소릴 하디?” 

“엄마가요.  다른 여자가 생겨서 우릴 버리고 떠난 거라구요”

“얘야, 그건 오해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그걸 이해해야 돼“

“그럼 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미숙이가 죽은 건 알고 계세요?

 병원비도 없어서 치료도 한 번 못 받고 죽어갔는데 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거예요?”

“미안하다.

 미숙이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내가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갔다는 건 정말 오해란다.

 난 사실 집을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어”


“난 집을 나간 게 아니라.....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는거야”



#인터뷰.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퇴근하지 못 한다는 건 뭡니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거죠 현재 한국에서의 이 장시간 노동 메커니즘을 풍자하기 위해 이대로 가다가는 퇴근을 못 하는 일이 벌어질 거야라고 하는 상상 속에서 그 아버지 세대는 아직 퇴근을 못 했고 그 아들 세대는 취직을 못 해서 자기 자식 조차도 제대로 기를 수 없는 그런 식의 극단적인 양상이 빚어질 거라는 풍자적 장치로써 퇴근 하지 못하는 아버지라는 설정 안 해 놓은 겁니다.    




작가 천명관 (1964. 경기도 용인)

: 데뷔- 2003. 소설“프랭크와 나”

수상-2015.제7회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등 다수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