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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은비령 - 이순원

2019-11-26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그 샛길을 은비령(隱秘嶺)이라고 이름 붙인 건 나와 그였다.

그가 죽은 다음인 지금도 

그 샛길의 이름을 은비령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여자밖에 없었다.


처음엔 은자령(隱者嶺)이라고 불렀다.

은자가 사는 땅.

그러다 그보다 더 신비롭게 깊이 감춰진 땅이라는 이름으로

은비령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남자는 ‘신비롭게 깊이 감춰진 땅’이라는 의미로 

‘은비령’이란 이름을 지었는데요

실제로도 이순원의 <은비령>이 발표되고 나서

소설의 배경이 된 그 고개를 은비령으로 부르게 됐습니다.



별처럼 여자는 2천 5백만년 후 

다시 내게로 오겠다고 했다.

나도 같은 약속을 여자에게 했다.


벗어나면 아득해도 은비령에서 그것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때 은비령 너머의 세상은

깜깜하게 멈추어 서고,

나는 2천 5백만 년보다 더 긴 시간을

그곳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이제 겨우 다섯 달이 지난

2천 5백만 년 후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은비령에서 둘은 잠시나마 솔직하게 자기의 마음을 열어놓고 서로에 대한 애정도 확인하게 되는데요. 이들은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은비령에 놓아 두기로 하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언젠가는 이뤄질 수도 있겠다. 그런 인연을 기다리면서 이별 하게 됩니다. 사랑과 그리움 같은 감정들은 이 천 오 백만 년의 시간이 흘러서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도 유효한. 아주 길고 깊은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인물들의 기약이 없는 그런 아름다운 이별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작가 이순원 (1958. 5.2. 강원도 강릉)

: 데뷔-1988. 문학사상 <낮달>

작품-<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미혼에게 바친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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