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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어셔비츠 훌라후야 빙드레브쵸 - 조현

2019-12-17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21세기의 첫 해.

나는 광고회사에 입사했고 직장에서 여자친구를 만났으며

그 애에게서 신기한 주문도 배웠다.

그건 그해 스물일곱 살이 된 내가

상상했던 21세기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시절 배운 주문에 대한 얘기다.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주인공인 나와 그녀는 아주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회사의 방침에 굉장히 순응하고 주어진 메뉴얼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주문과 광고는 대립사항에 놓여 있고 여자친구는 맹목적인 삶에 회의감을 느끼죠. 광고가 자본주의의 폐해조차도 미화시켜서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환상이라고 한다면. 주문은 그런 광고에 염증을 느끼는 그녀에게서 나온 것이죠.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는 환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주문이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어셔비츠 훌라후야 빙드레브쵸!!


백화점 앞에 세워둔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들어오자

그는 그 옛날의 주문을 외웠습니다.


어셔비츠 훌라후야 빙드레브쵸!!



그 순간, 뭔가 아련한 냄새가 났다.


다른 차원이 겹쳐지는 냄새,

한 때 내 것이었던 무언가가 소멸해가는 빈자리로

바닷물이 한 움큼 밀려오는 냄새,

굳이 끄집어내자면 갓 짜낸 레몬 향 비슷한 것.

눈을 뜨자 고개를 쏙 빼고 트리를 올려다보던 꼬맹이가

나를 돌아다보더니 말했다.


“아빠, 트리 너무 멋져! 나 무등 태워줘!!“ 


목말을 태워준 딸애의 손뼉에선 캐스터네츠 소리가 났다.

불이 환하게 켜진 트리를 배경으로 여자친구가 미소지었다.




작가 조현 (1963. 광주)

: 데뷔-<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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