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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름다운 얼굴 - 송기원

#라디오 책방 l 2020-02-11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내 낡은 사진첩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의 사진이라고는 거의 없다.

면도날 자국이 내 얼굴인 셈이다.


삼십년이 훨씬 지나버린 지금까지도 예의 사진을 대하면

나는 얼핏 자신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면도날을 느낀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흐린 삼십 촉짜리 전등 아래서

자신의 얼굴이 들어있는 모든 사진을 찢고 있는

사춘기 무렵의 소년을 떠올린다.



 # 인터뷰 1. 사진을 오려내는 이유 + 자전적 소설에 대해 (전소영)

얼굴은 우리 몸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는 정체성을 담는 그릇 이기도 하죠. 작중에서 주인공은 그 유년기를 굉장히 불우하게 보냈고 또 청소년의 되어서 그런 자신의 내력을 부끄럽게 여기고 감추려고 합니다. 이것은 결국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그래서 그 시절의 얼굴을 앨범에서 도려내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얼굴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는데요 작가가 6.25 전쟁을 비롯해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겪어 오면서 자기의 과거 상처. 그리고 부끄러운 기억들을 크게 과장 하지도 않고 미화 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이렇게 읊조리고 있습니다. 흡사 빛바랜 사진첩을 작가와 함께 보면서 지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옛날에 한 바람둥이가 있었지.

그런데 이 바람둥이는 연애를 할 때마다 

우선 상대가 된 여자에게 치욕적인 상처를 주는 거야.

그래서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면 그 때야 비로소 여자를 사랑하는 거지.

이 바람둥이는 여자보다 바로 자신이 만든 상처를 사랑했던 거지.

이 바람둥이가 아직 어려서 여자를 몰랐을 무렵에는 

사진에 있는 자신의 얼굴에 면도날로 상처를 입히는 식이었어.


만약에 나한테 조금이라도 아름다운게 있다면

그건 내께 아니야.

그건 내가 상처입힌 모든 이들 것이지.




작가 송기원 (1947. 12.8. 전라남도 보성)

:  데뷔-1974.[동아일보]신춘문예 時(시) <회복기의 노래>

수상-1993. 제24회 동인문학상

2001. 제9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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