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할리 데이비슨을 사던 날.
나는 두건을 쓰고 말보로 담배를 꼬나문 채 출근을 했다.
나는 녀석을 그냥 할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가 있던 부서의 S부장은 나의 출근 복장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두 눈만 끔벅거렸다.
나는 사직서를 꺼내 그의 책상 맡에 던졌다.
그리고 담배를 굳이 사직서 위에 비벼 껐다.
할리를 타는 사람은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의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S대를 나와서 S전자 정도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삶의 방향이었습니다.
그 즈음, 주인공 집에선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팔팔이.
당시는 88 서울 올림픽 열풍이 전국에 불던때라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내 포르노 테이프가 산산조각이 나서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무렵,
팔팔이의 울음소리를 견디지 못했던 엄마는
팔팔이를 동네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팔팔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평생 텅빈 성기를 갖고 살아야 하는 녀석과
포르노 테이프 없이 명상을 하면서
자위를 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흔히 대한민국이 교육열이 높은 나라라고 하죠. 냉정하게 말하자면 표준적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그런 교육열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의 주인공도 부모의 바람에 맞춰 학교에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대기업의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즉 세상이 정해준 길을 따라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살아온 것이죠. 할리데이비슨이란 오토바이가 자유. 일탈 이런 것들의 상징이잖아요. 주인공의 그런 소망이 담겨있는 매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작가 배상민 (1976. 경상남도 진해 )
: 데뷔-2009. 자음과 모음에서 신인문학상 수상
2012. 단편소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 ‘젊은 소설’ 선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