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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개 - 강신재

2020-03-10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3월 기획특집 <문학 속 여성이야기>

제2편 강신재 <안 개>



성혜는 자기의 소설이 실린 푸른 표지의 신간 잡지와

빨각빨각하는 백원짜리 아흔장을 고스란히 포개어서

책상 위에 놓고는 언제까지나 우두커니 그 앞에 마주 앉아 있다.


푸른 표지속에 실린 성혜의 소설은 

그의 남모르는 많은 고뇌와 열정을 짜 넣은

그로서는 온갖 힘을 다한 것이었다.

그것이 큰 잡지에 실리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성혜에게는 형언키 어려운 감격이 아닐 수 없었다.



1950년애 발표된 <안개>는 

주인공인 성혜가 자신의 첫 작품이 실린 잡지와 원고료를 받아들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설명할 걱정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인터뷰. 서울대학교 방민호교수 

성혜는 가부장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고. 그 질서를 넘어서는 것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그러니까 자기의 문학적 의식으로는 남편의 세계를 넘어서 있지만 현실의 삶 속에서는 남편의 말, 남편이 당연시하는 상식을 뛰어넘기 어려워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것은 일종의 어떤 혼돈 속에 놓여있는 그런 혼돈스러운 여성을 그려 놨다는 점에서 이게 제목이 안개였던 것이죠.   



성혜의 눈에 비친 형식의 모습은 한 개의 기괴한 피에로였다.

언제나 그렇듯 그대로 생각 밖에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 우열한 피에로였다.


‘싫어!  소설도, 공부도, 남편도, 사는 것도 다 싫어! 싫어!‘ 


그는 이렇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마음 속에 외쳤다.

땅을 기던 짙은 안개가 전선주를 휘감으며

연기같이 뭉개뭉개 올라가고 있다.

노오란 그 빛이 초연과도 같이 처참해 보이는 짙은 밤안개가....




작가 강신재 (1924.5.8.서울 ~ 2001.5.12)

:  데뷔 – 1949. [문예]에 소설 <얼굴> <정순이> 발표

수상 – 3.1문화대상, 중앙문화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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