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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 박완서

2020-03-17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3월 기획특집 <문학 속 여성이야기>

 제3편 박완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말이 자수지. 

 그 놈이 이 에미 말을 들을까? 차라리 넘어오다....“


어머니는 말끝을 흐리고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나는 다음 말을 알고 있다.

나도 방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넘어오다 차라리 잡히거나 총에 맞아 죽었으면 하고....


간첩이 된 오빠와의 만남이 몰고 올 사건이 두려운 나머지

18평 작은 집의 평화로움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어머니와 나는 마녀보다도 더 잔인해졌다.



연이엄마의 가슴에 짓누르는 고통은

‘월북한 오빠’와 그 오빠로 인한 남편의 태도였습니다.



이미 입속엔 빼버릴 틀니도 없는데.

빼버릴 틀니가 없기에 그 고통은 절망적이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여태껏 얼마나 교묘하게 스스로를 이중, 삼중으로 속이고 있었나를.


내 아픔은 결코 틀니에서 비롯된 아픔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로소 나는 내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내 아픔을 정직하게 신음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교하고 가벼운 틀니는 지금 손바닥에 있건만

아직도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또하나의 틀니의 중압감 밑에

옴짝달싹 못하고 놓여있다.




작가 박완서 (1931.10.20. 경기도 ~ 2011.1.22.)

:  데뷔 – 1970. 소설 <나목>

수상 – 2011. 금관문화훈장 

2006. 제16회 호암상 예술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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