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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중주 - 은희경

2020-03-24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3월 기획특집 <문학 속 여성이야기>

제4편 은희경 <이중주>



굳이 갈비집이 많은 팔달로까지 나가자고 한 것은 정순이었다.

고향에 내려온 딸에게 손수 밥을 지어 먹이지는 못할망정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양념이 덜 들어간 희멀건 김치를

뒤적거리게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오늘은 딸 인혜의 생일이다.

그동안 서울 살림에 쪼들리고

남편과 자식에 치여서 제 생일인들 한 번 제대로 챙겨먹었을까.

먼길을 와서인지 오늘따라 인혜의 얼굴에는

삶에 지친 삼십대 여자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중주”는 1995년에 발표됐는데요.

어머니 정순과 딸 인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엄마! 아버지 그리워요?”

“글쎄다, 네 아버지 떠난 것이 아직 잘 믿기지가 않는구나”

“아버지 미운 점만 생각하세요.  사실 미울 때도 많았잖아요.

 여자 문제로 엄마 속도 무던히 썩이시고”

“딸 자식이 아버지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

 여자문제가 뭐냐,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았대두”

“며칠 더 있다 갈게요. 아버지 험담도 해가면서”

“아이고 나는 싫다.  아버지 험담은” 

그러면서 모녀는 동시에 정순 남편의 영정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지금까지 슬픔을 이겨온 방식대로

모녀는 그 슬픔을 눈 속 깊숙이 가라앉히고

망막 위로는 단단한 평온만을 띄워놓고 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우리가 악기 두 개로 연주하는 음악을 이중주라고 하는데 작중에서 정순과 인혜, 두 모녀의 삶이 이중주의 비유가 되고 있습니다. 둘은 물론 다른 시대에 아내와 엄마가 되었고 또 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 안에서 굉장히 지쳤고 또 외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 엄마와 딸이 서로의 고독 속에서 서로의 고단함을 발견하고 그런 모습이 겹쳐지면서 애틋한 이중주를 들려주고 있는 거죠.




작가 은희경 (1959. 전라북도 고창 출생)

 : 데뷔- 1995. [동아일보] 신문문예 중편소설 <이중주> 당선

 수상 – 1997. 동서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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