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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웬 아임 식스티포 - 이청해

2020-06-09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얇고 투명한 봉투 안에는 얼핏보니 

손수건과 쪽지들과 화장품 샘플 같은 게 들어있었다.

나는 비닐 봉투의 매듭을 풀었다.

할머니가 묶은 것이었다.

내용물들을 쏟았다.

순수건은 두 장이었는데 희미한 어떤 냄새가 났다.

할머니 냄새였다.

땀내는 아니고, 이것저것이 뒤섞인 노인 냄새라고나 할까.



예은이는 트렁크 안쪽 주머니에서 얇은 비닐에 싸인 물건을 발견하는데요,

외할머니 것이었습니다.

그 비닐에서 외삼촌 주소며, 사촌들 결혼식, 할아버지 제사 등을

적어놓은 메모들이 나왔습니다.

‘선종을 얻기 위한 기도’라는 제법 큰 쪽지도 나왔습니다.



  <나 당신의 마지막 숨을 흠승하오며

  나의 마지막 숨을 당신께서 받으시기를 간구하나이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지혜를 자유로이 사용할는지

  지금 알지 못하오니,

  이제부터 나의 임종의 고통과 모든 괴로움을 당신께 봉헌하나이다. >

 

‘내가 듣기로 지금 할머니는 지혜를 사용하기는커녕 남의 지혜로도 생존이 어려운 상태였다.

 별로 많이 배우지 못한 할머니도 정신이 있었을 때는

 이토록 아리땁게 당신의 최후를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충격 비슷하게 다가왔다.

 생전 처음 나의 최후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 인터뷰 .  이 작품은.... (서울대학교 국어국학과 방민호교수)

여기 등장하는 할머니의 문제는 작가가 상당히 고심 해서 파헤쳐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할머니 손에서 길러져져 아주 친근감 있게 여겨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이 된 예은이는 할머니가 어디 가서 뭐하는지도 몰라요. 그만 큼 무관심하다는 것이죠. 우리 지금 장수시대라고 하잖아요. 노인층이 상당히 두터운 층을 차지하게 될 텐데,  바야흐로 우리에게 닥쳐오는 노인들의 삶의 어떤 소외의 문제를 이만큼 그래도 진지하게 다른 작품도 드물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작가 이청해 (1948.6.30. 광주광역시 )

:  데뷔-1991.문학사상 단편소설 “하오”

수상-1990. KBS 방송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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