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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할머니의 죽음 - 현진건

2020-06-30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3월 그믐날.

주인공이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보는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새로 석 점이 지나 기차를 내린 나는 벌써 돌아가시지나 않았나(하)고 염려를 하며

캄캄한 골목을 돌아들어 생가(生家)의 삽짝 가까이 다다를 제

곡성이 나는 듯 나는 듯하여 마음이 조마조마 하였다.


마루에 올라선 내가 안방 아랫방에서 뛰어나온 잠 못잔 피로한 얼굴들에게 이끌리어

할머니의 거처하는 단칸 건넌방으로 들어가니

할머니는 깔아진 듯이 아랫목에 누웠으되 오히려 숨은 붙어 있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사실 가족은 상당히 친밀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는 존재죠 혈연이라는 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헐거워서 때로는 가족이 남보다도 서먹해질 수 있는 관계가 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얼마든지 느슨해질 수 있는 가족의 사이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데요  할머니의 죽음이 계속 유예가 되니까 가족은 애정이 아니라 의무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할머니를 돌보고 있죠.  가족들을 대할 때 마저도 진심이 없이 거짓된 행동으로 자기를 포장하는 쓸쓸한 본성을 작가가 잘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암만해도 오늘 내일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거 큰일 났는 걸, 갈 수도 없고...”

“딴은 곧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아~”

“의사를 불러서 진단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의원은 아버지와 절친한 김주부를 청해 오기로 하였다.

갓을 쓴 그 의원은 얼마 아니 되어  미륵같은 몸뚱이를 환자방에 나타내었다.

매우 정신을 모으는 듯이 눈을 내리감고 한 나절이나 진맥을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 물러앉는다.


“매우 말씀하기 안되었소마는  아마 오늘밤이 아니면 내일은 못 넘길 것 같소”


가려던 자손은 또 붙잡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날 저녁부터 한결 돌리었다.

그 이튿날이 무사히 지나가자 한의의 무지를 비소하고,

다른 것은 몰라도 환자의 수명이 어느 때까지 계속될 시간 아는 데 들어서는 

양의가 나으리라는 주장에 의하여 양의학 박사를 불러오게 되었다.




작가 현진건 (1900. 9.2 경상북도, 대구 ~1943.4.25)

- 데뷔 : 1920.  『개벽』 5호  「희생화(犧牲花)」 발표

- 대표작 : <운수 좋은 날>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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