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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파이의 탄생 - 박주영

2020-09-15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깨어났을 때 십 오년의 세월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가끔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은 K.

서른 다섯의 그는 갑작스런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6개월간 사경을 헤매다가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십 년 전 내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이 기억의 총합이라면 그 기억을 가진 누군가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기억하고 있는 그 누군가. 하지만 그녀는 정답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십 년 전의 나만을 알고 있고,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녀의 말은 진실일테지만 그것은 그녀의 진실일 뿐이었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무엇을 할 수 있지?” 

“다시 시작하는 거지.  전부 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르잖아.

 살면서 느꼈던 좌절감이나 실망감 같은 것,

 이를테면 불가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거잖아” 



# 인터뷰 . 전소영 문학평론가

한 사람은 크게 두 개의 모습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하나는 내가 아는 나,  다른 하나는 타인과 사회가 규정하는 나인데요. 둘은 비슷한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죠. 타인이 보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닌 확률도 있고요. 하지만 주인공의 기억이 지워지면서 그가 아는 자기 모습은 사라졌고,  이제 그는 타인이 바라는 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정의 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그의 모습이 보여주고 있죠.




작가 박주영   (1971.. 부산)

:  데뷔-2005.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

수상-2006. 작품 [백수생활백서] 제30회 ‘세계의 문학’오늘의 작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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