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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흰 종이 수염 - 하근찬

#라디오 책방 l 2020-09-22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하근찬의 <흰 종이 수염>은 1959년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으로

6.25 전쟁이 끝난 직후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동길이의 이야기입니다.



“에?” 

이게 웬일일까?

동길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한 쪽 소맷부리를 들추어 보았다.

없다.  분명히 없다.

“어무이, 아버지 팔 하나 없다. 팔 하나 없어, 팔!”

어머니는 한 숨을 쉬면서 함지박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밀가루 수제비를 뜨는 것이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이 작품은 전쟁과 그 뒤에 이어지는 아픔을 다루고는 있지만 내내 비극적으로만 읽히지는 않습니다. 참혹한 현실과 맞서는 인물들의 의연함,  그리고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아버지가 원래는 목수였죠. 그런데 팔을 다치고 나니까 전후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극장 선전원으로 겨우 취직을 하긴 했지만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일이 사실 그걸 처음 겪는 아버지에게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겠죠. 거기서 오는 설움 그래도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 방향 다른 감정 사이에서 아버지는 웃고 울어야 했습니다.   



“아아 쌍권총을 든 사나이,

 아아, 오늘 밤의 활동사진은 쌍권총을 든 사나이, 

 많이 구경 오이소!  많이 많이 구경 오이소!”

메카폰을 든 그 희한한 사람의 시선이

동길이의 시선과 마주쳤다.

순간, 동길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뒤통수를 야물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희한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동길이와 눈이 마주치자 약간 멋쩍은 듯했다.

그러고는 얼른 시선을 돌려 버리는 것이었다.

동길이는 코끝이 매워오며 뿌옇게 눈앞이 흐려져 갔다.




작가 하근찬   (1981. 경상북도 영천~2007.11.25)

: 데뷔-1957. 한국일보 단편소설 ‘수난이대’

수상-1998. 보관문화 훈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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