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시원하게 한 잔 마셔요. 그리고 다 잊어버려요’
“박원준이었어.
맥주캔을 들고 환히 웃는 그 이의 포스터가 가게 문짝에 붙어 있었던 거야.
거기서, 그 포스터에서, 그이가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어.
현수씨, 내 말 믿을 수 있어?
믿을 수 없겠지, 누구도.
아무래도 괜찮아. 이건 그이와 나만의 일이니까”
‘목걸이를 문질러요.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아갈테니’
”목걸이를 문지를 때마다 그는 내 앞에 나타났어.
그는 내가 착해서 좋다고 했어.
착한 건 바보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착한 거라고 했어.
그런 걸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했어. ”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양미라는 여성이 참 선량하고, 그래서 안타까운 인물인데요.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면서 가족의 부양과 돌봄에 책임도 홀로 다 짊어졌죠.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없었어요. 그래도 양미의 의식에는 자신의 희생적인 삶에 대한 피로감, 자기를 위해 살지 못하는 삶에서 얻은 목마름, 이런 것들이 분명히 있었겠죠. 양미가 억누르고 또 놀러왔던 그 욕망이 마치 램프에서 지니를 불러내듯이 박원준의 환상을 불러냈던 것입니다.
본인을 위해 돈을 쓰느라 당연히 집에 내놓는 생활비가 줄어들었습니다.
양미는 혹시 아버지가 어릴때처럼 자신을 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희한하지.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보는거야.
방이 작다고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아버지가 조심스레 말하는 거야.
좁으면 안방이랑 바꾸든지.
엄마는 더 웃겨.
휴일 한 끼 밥을 먹는데도 땡전 한 푼 없다며
김치에 콩나물도 아까워하던 엄마가,
내 상에 고기반찬을 내놓는 거야”
작가 윤영수 (1952.8.26. 서울)
: 데뷔-1990. [현대소설] 단편소설 “생태관찰”
수상-2008. 제23회 만해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