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문화

파꽃 - 이현수

2020-11-17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쯤은 

쥐어짜면 붉은 물이 뚝뚝 흐를 것만 같은

강렬한 순간들이 존재할 것이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선명하고 짙어서 두 눈이 뽑힐 것 같은 그런 시간이

자기도 모르게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수렁에 발을 빠뜨린 것처럼 허둥대다가

진흙이 목까지 차올라 숨이 턱턱 막히게 될 즈음에야 어렵사리 수긍하겠다.


홍수가 잠든 마을을 삼키듯이 소리도 없이 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뒤통수를 치고 가버려서

다들 그 순간을 선연한 핏빛으로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에 발표된 <파꽃>은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봐주고 있는 

 ‘대전전파사 작은 총각’과 ‘기왓집 딸’ 명혜의 이야기입니다.



“파꽃이 피었네요” 

“저게 무슨 꽃이에요. 어디 꽃이랄 수가 있나요?” 

“왜요? 파꽃은 꽃이 아닌가요” 

“꽃밭에 핀 꽃만 꽃이지 텃밭에 핀 걸 누가 꽃으로 봐주기나 하나요.

 말이야 파꽃이니 가지꽃이니 호박꽃이니 좋게들 하지만

 그냥 파나 가지나 호박으로 보지 누가 저걸 꽃으로 봐요” 

“파꽃이 어때서요.

 꽃만 화려하게 피우는 꽃나무보단 쓰임새도 많잖아요.

 보면 볼수록 대견하기만 한 걸요.”

“그럴까요.... 향기는 고사하고 파냄새나 풍기는 저것들도... 꽃축에 들긴 할까요?”



# 인터뷰.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파꽃은 화단에 피는 꽃이 아니고, 그냥 밭에 놔두면 그냥 피는 꽃이니까 별것 아닌 꽃, 그러니까 별것 아닌 신분을 타고 나서 세상에서 하찮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살이에 불리함을 처음부터 안고 태어난 사람을 파꽃에 비유해서 이 남자는 자기를 파꽃같다고 어느 순간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명혜가 파꽃이 그렇게 그냥 꽃이 아닌 것이 아니라고 할 때 명혜의 마음씀이 이 남자에게는 굉장히 소중히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더 길게 간직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작가 이현수(1959. 충청북도 영동 )

 :  데뷔- 1991.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

 수상- 1996. [거미집]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등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