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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 함께 자다 (1) - 이승우

2020-12-01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마치 탑을 쌓아올린 것처럼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들이 포개져 있었다.

문제의 남자는 책으로 쌓아올린 그 여러 개의 탑들 사이

비좁은 공간에 다리를 가슴까지 바싹 끌어당기고

웅크린 자세로 누워있었다.

그 모습은 언뜻 모체 밖으로 나오기 전의

태아를 연상하게 했다.


신문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라는 표현이 나왔다.

자신의 신분에 대한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그는 어떻게 아는 사이일가요?

그 남자는 왜 ‘책과 함께 자는’것처럼 사망 했을까요~

                      

            

나는 그 사람의 시신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사진 속의 책들이 그와 함께 무덤에 매장된 부장품처럼 보였다. 

나는 그 사람에게 책보다 더 잘 어울리는 부장품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과 가장 어울리는 그의 죽음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왜 그런지 그를 신원불명자로 내버려두는 건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진술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고,

별로 망설이지 않고 이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작중에서 나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화자이기도 한데요. 책을 닮아 있고,  책처럼 소회를 겪는 인물입니다. 본래는 회사에서 사보를 만들었는데 자리가 없어져서 지방으로 좌천이 되었고요. 시대 변화를 발빠르게 따라가려는 아내하고 갈등을  겪다가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문이나 책의 가능성을 계속 믿고 사라져가는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  그러나 현대사회의 관점에서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뒤처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작가 이승우(1959. 전라남도 장흥 )

:  데뷔- 1981.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 당선

:  수상- 1991. 제 15회 이상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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