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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흑설탕 캔디 - 백수린

2021-02-09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의 한 개항 도시에서 

규모가 큰 양장점을 하던 부모의 삼남 삼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자식 여섯 명이 모두 신식 교육을 받은 것은

신문물에 밝고 충분한 재력을 지닌 부모의 덕이었을 테지만,

고등학교만 마친 다른 자매들과 달리

할머니만 유일하게 부모를 설득해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할머니 성격의 중요한 일면을 드러낸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어떤 눈부신 기억은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이나 형태를 바꾸기도 합니다. 작중 할머니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죠. 예전에 음악 선생님과 나누었던 교감, 또 그 이후에 선택하게 되었던 음악의 길, 그 열정이 할머니의 젊은 날을 움직였을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 날들이 지나서 할머니는 손주를 돌보는 여느 노인처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기억속 피아노 선율을 만났는데,  음악이 할머니의 기억에 불을 밝히고 과거의 빛나는 순간들을 아련하게 펼쳐 놓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하얀 건반을 하나씩 엄지와 검지로 지그시 누른다.

그저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렀을 뿐인데

어린 시절 교회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았을 때 같은

경이롭고 황홀한 느낌이 할머니의 몸안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다.


전축도 피아노도 귀하던 시절, 

여고생 난실에게 방과 후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음악교사,

그는 어느 날, 언제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전축이 있는 음악실의 열쇠를 난실에게 건네준다.

다른 친구들은 사랑 같은 것은 꿈꾸지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갈망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뭔가 특별한 것, 그녀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줄 그 무언가.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

자신에겐 인생을 특별한 서사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작가 백수린 (1982. 인천.)

           :  수상-2011.경향신문 신문문예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 당선          

              경력-2020. 제53회 한국일보문학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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