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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월의 눈 - 손원평

#라디오 책방 l 2021-04-06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눈이 쏟아질 것 같은 수상한 날씨였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나는 아내와 여행하기 위해서

휴가를 낸 상태였지만

결국 우린 아무데도 가지 못했고

휴가는 여전히 며칠이나 남아 있었다. 


우리는 5년 4개월의 결혼생활을 끝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사람이 충격적 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그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서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공포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은 과거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행동을 고통스럽게 반복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안의 불안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죠. 작중에서 아내도 바늘을 가지고 검은 천을 찌르면서 물이 엎질러진 모양의 수를 놓습니다. 기형아 검사를 떠올리게 하는 행위인데.그리스 신화를 보면 아라크네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신의 저주를 받아서 거미가 된 인물인데,  아내는 아라크네처럼 강박적으로 수 놓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내는 이상해졌다.

자주 바늘에 찔렸고

손가락에서는 피가 넘쳐 흘렀다.

실은 그려놓은 도안을 넘어 아무 곳에나 불시착했다.

그래도 아내는 멈추지 않았고

저주에 걸린 아라크네처럼 바느질을 해댔다.


그럴수록 천 위에 새겨지는 것들은 점차 형태를 잃어갔다.

아내는 그것들이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려는 건지는 잘 말하지 못했다.


차츰 아내가 바느질을 하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바느질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짓눌렀다.




작가 손원평  (1979. 서울 출생)

    - 등단 : 2016. 장편 소설 [아몬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 수상 : 2017. 제5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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