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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돌다리 - 이태준

2022-10-04

ⓒ YONHAP News

아버지는 아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비뚠 논베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 하나하나의 구역) 바로잡기,

밭에 돌을 추려 바람막이로 담을 두루기, 개울엔 둑막이하기.

그러다가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아들 학비로 쓰던 몫까지 들여서 동네 길들은 물론 읍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아 놓았다.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여간 근실한 자국이 아니면 소작을 주지 않았고,

소를 두 필이나 메고 일꾼을 세 명씩이나 두고 

적지 않은 전답을 전부 직접 농사를 지으며 버티어왔다.

실속이 타작만 못하다는 둥 일꾼 셋이 저희 농사 해가지고 나간다는 등 

이해만을 따져 비평하는 소리가 많았으나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자기의 이해만으로 타산하려 하지 않았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지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로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디 그런 논과 밭을 사?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허느냐?

땅 없어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서 문서 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이자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무지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 인터뷰. 방민호 문학평론가

의사인 아들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이렇게 그 주인공의 아버지에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그 농군으로서의 삶의 연속성, 그리고 땅이라고 하는 버티고 선 세계라고 하는 것의 단단함, 이것을 상징하고 있는 게 바로 돌다리입니다. 옛것이지만 옛것을 보수하면 그것을 미래에 전해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인 것이죠. 이 작품은 당시 1943년 국민문학지에 실렸습니다. 국민문학은 일제가 만든 잡지에요. 거기에 이태준은 이 작품을 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것은 지금은 민족적 위기의 시간이지만 우리가 이것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굳건한 반석위에 서있는 사람들처럼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를 품고 바로 이 돌다리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어떤 한정을 넘는 법은 없다.

물이 분수없이 늘어 떠내려갔던 게 아니라

자갈이 밀려 내려와 물구멍이 좁아졌든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받침돌의 밑이 물살에 궁글러 쓰러졌던 그런 까닭일 게다.

미리 바닥을 치고 미리 받침돌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만년을 간들 무너질 리 없을 게다.

그저 늘 보살펴야 허는 거다.

사람이란 하눌 밑에 사는 날까진 하루라도 천리에 방심을 해선 안 되는 거다.




작가 이태준 (강원도 철원군, 1904.11.04.. ~ ?) 

    - 등단 : 1925년 단편 [오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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