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거리 싸전 머리는 오늘도 일찍이부터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으로 붐비었다.
닷새 건너 한 번씩 돌아오는 장을 손꼽듯이 기다리다 맞이한 것이다.
이제 나와서 전 자리다툼을 하는 사람,
땀을 흘리며 쌀가마니를 비우는 사람,
싸구려를 외치는 사람-
그런 전 머리에서는 쌀 금새가 비싸다고 깎으려 하는 사람,
자루를 입에 물고 쌀을 되어 받는 사람,
이렇듯 어수선한 가운데서 이따금,
“쌀은 제일 좋습죠. 몇 되나 드리깝쇼?”
맞은 편 윗녁 사내의 사투리가 손님을 불러 세울 때마다
이쪽 말라꽁이 사내는 분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자, 쌀들 사씨요. 막 싸구라 판이요잉...
한 되에 이백 이십 환씩, 돌같이 깡깡한 쌀들 사씨요”
바야흐로 거나한 술 기분으로 해 얼마든지 연거푸 외쳤다.
윗녁 사내가 넌지시 웃음을 머금고 이쪽을 건너다본다.
당장에 쫒아가 코라도 한 점 물어뜯어 주었으면 꼭 시원하겠다.
그러나 달려들 염만은 도무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딱 벌어진 어깨와 기어들어가는 듯한 자라 멱에서
자기 모르는 중압감을 느끼곤 하는 것이었다.
“이 놈이 웃다니? ... 좌우간 두고 보자”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집안의 가장인 주인공은 자신과 다르게 장사를 잘하는 이 윗녁의 사내를 미워했지만. 사실 그가 느낀 진짜 분노나 설움은 자기 자신이나 윗녁 사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가난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촌은 궁핍한 세계지만 농민들 만큼은 그 와중에도 인간 냄새가 나는 그런 존재로 그려집니다. 1950년대 오유권은 누구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농촌사회를 바라보고 또 아무리 어려워도 이웃을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정을 그 안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윗녁 사내도 멍석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전 머리에는 집의 아이가
언제나처럼 마중을 나와 있는 것이었다.
윗녁 사내가 이쪽으로 건너왔다.
“아저씨, 오늘은 많이 노하시게 해서 대단 죄송스럽습니다.”
“.....”
“아저씨 십분 양해하십죠”
“그래도 사람이 경우가 있어야 쓸 것 아니요!”
“타향에 와서 벌어먹고 산다는 게 그렇게 됐습니다”
“허기야 그것은 피차 일반인 처지가 아니요만...”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면 우리 가 약주나 한 잔씩 나누십시다”
“....”
“가십시다....”
작가 오유권 (전라남도 나주, 1928.08.18.~1999.03.14)
- 등단 : 1957년 단편소설 [두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