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문제가 WTO 일반이사회 의제로 채택돼 논의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일반이사회에서 논의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길고 복잡한 싸움의 초입에서 상호 여론전을 펼치는 셈이다.
일본은 현 단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계적 조치를 취할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도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는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침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는 전략물자 수출 허가 특례 대상이 되는 일본의 우방국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초기, 일본의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취한 일시적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국내정치적 목적이라면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 상황의 전개는 아베 총리의 국내정치적 목적이란 분석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움직임을 착착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으로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반출했다는 의혹을 여러 경로로 제기하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혹을 부풀려 화이트리스트 제외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일본이 내세우는 명분은, 객관적으로는, 억지에 가깝다.
일본이 문제삼는 '케치올' 제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촘촘하기 때문이다.
'케치올'이란 무기 제작 등에 쓰일 수 있는 모든 품목(all)을 통제(catch)하기 위한 제도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가 전혀 없다.
화이트리스트 이외의 국가에도 '재래식 무기' 관련 물품 수출에는 보고 의무도 없다.
반면 한국은 화이트리스트 국가 수출도 무기 전용을 인지한 경우 보고 의무가 생긴다.
화이트리스트 이외의 국가에 대한 수출 규제도 일본보다 훨씬 강력함은 물론이다.
일본의 경우, 전략물자 수출 통제 품목은 1,100개에 이른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이들 물자 수출에 대해 매 건당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용 시간 등이 모두 늘어나고 일본 정부는 언제든지 수출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더라도 1,100개 품목을 한꺼번에 규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일본 수출기업의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타격받을 만한 품목을 하나씩 개별허가로 바꿔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탄소섬유, 공작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일단 WTO 일반이사회 의제가 된 만큼 국제사회의 여론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