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 본회의를 열어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일부 예산부수법안 등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예산안 처리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나머지 야당들의 공조로 이뤄져 향후 정국은 극한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예산안 처리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당과 나머지 야당들의 이른바 ‘4+1’ 협의체가 마련한 총 512조2천504억 원 규모의 수정안이다. 정부 원안에서는 7조8천674억 원이 증액되고 9조749억 원이 감액돼 순삭감액은 1조2천75억 원이었다.
이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2일보다 8일 늦게 처리된 것으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처리’ 기록이다.
이날 예산안 처리는 한국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이뤄졌다.
오전 본회의에서 일부 비쟁점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정회한 사이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교섭단체의 원내대표와 예결특위 간사들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7시간 가까운 협상에서도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에 문 의장은 오후 8시38분 본회의를 속개하고 ‘4+1’ 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 한국당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를 무릅쓰고 의결 처리했다.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이었으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대부분 표결에 불참했다.
2020년도 예산안
2020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9.1% 증액된 것이다. 이같은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3.8%의 2배가 넘는 것으로 2년 연속 9%대 증가율이다.
복지부 예산이 82조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4% 가까이 늘었고, 이에 따라 노인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40%에 월30만 원이 지급된다.
SOC 예산은 18% 증가한 23조 원으로 결국 토목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국방예산은 7.4% 늘어나 사상 최초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2020년 예산 공고안 및 배정계획’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에 전체 세출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 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정국 전망
제1 야당을 배제한 예산안 처리는 큰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태세다. 이미 예산안 통과 직후 본회의장 철야농성에 이어 11일 오전에는 규탄대회도 열었다.
민주당 측은 끝까지 대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예산안보다 양측이 더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라 협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3~4일씩 임시국회를 여는 이른바 ‘쪼개기 임시국회’ 전략이 동원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말 정국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