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더불어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며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고 있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기생충 수상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선정 발표했다.
이 부문에서는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프랑스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레미제라블’ 미국의 ‘더 페어웰’ 등 쟁쟁한 작품들이 ‘기생충’과 함께 경합했다.
‘기생충’은 그러나 기대를 모은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감독상은 영화 ‘1917’의 샘 멘데스,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서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I think we use only just one language, The Cinema)”라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기생충’의 평가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대립구도를 토대로 계층 간, 계층 내 갈등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다.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빈부격차 문제를 한국적 감수성으로 풀어낸 것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생충’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런 만큼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다.
우선 지난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시드니, 로카르노, 밴쿠버,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등 15개 이상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고, 30여개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등 미국 대도시 영화비평가 협회 등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전미 비평가협회 연례 시상식에서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생충’이 이렇게 받은 트로피만 50개에 육박할 정도다.
북미에서 개봉해서는 1천9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외국어 영화 중 최고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 흥행에도 성공했다.
의미와 과제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의 높은 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 다음달 9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예비후보로 국제영화상, 주제가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있으며 최종 후보작은 오는 13일 발표된다. 이 외에도, 조심스럽지만, 각본·감독상은 물론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기생충’의 성공은, 그러나,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기만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크린 독과점으로 흥행 양극화가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영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