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알 만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순진한 사람을 가리켜서 [쑹맥]이라고 부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글자로 써 놓은 것을 보면 대개 ‘ㅆ’을 써서 ‘쑥맥’이라고 하고 [쑹맥]으로 발음할 때가 많은데, 이 말은 ‘ㅅ’을 써서 ‘숙맥’이라고 쓰고 발음은 [숭맥]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숙맥’이라는 말은 원래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한자성어에서 나왔는데요, ‘숙맥’은 ‘콩 숙(菽)’자와 ‘보리 맥(麥)’자를 씁니다. ‘숙맥불변’이라는 말에서 ‘불변’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사서오경 중의 하나인 ‘춘추’의 주석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자의 형이 똑똑하지 못해서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콩과 보리는 모양이 완전히 다른데도 이 두 가지를 서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라면 상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숙맥’이라는 말이 이런 뜻으로 사용됐지만 요즘은 다른 사람들이 다 아는 것도 모를 정도로 순진한 사람을 뜻하게 됐습니다. ‘숙맥이 상팔자’라는 속담도 있는데요, 콩인지 보리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팔자가 좋다는 뜻으로, 모르는 것이 마음 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