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에서 ‘화제의 인물’이라든지 ‘화제의 주인공’과 같은 표현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때 ‘화제(話題)’란 말은 ‘이야기할 만한 재료나 소재’라는 뜻으로, 고유어 표현으로는 ‘이야깃거리’라고 할 수 있지요.
‘이야깃거리’에서 뒤에 있는 ‘거리’는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하는 의존명삽니다. 일반적으로 의존명사는 앞의 말과 띄어서 쓰게 돼 있지만 어떤 재료의 뜻으로 사용될 때는 앞의 명사와 붙여서 씁니다. 예를 들어 ‘논문거리, 반찬거리, 비웃음거리, 일거리’ 같은 것은 모두 붙여서 쓰지요. 그러나 관형형 어미 뒤에 놓일 때는 띄어서 써서 ‘마실 거리, 토의할 거리, 일할 거리’ 같은 경우 앞의 말과 ‘거리’를 띄어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의존명사 ‘거리’는 주로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쓰여서 ‘제시한 시간 동안 해낼 만한 일’을 뜻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나절 거리도 안 되는 일을 종일 하고 있구나.’와 같이 쓸 수 있지요.
또 주로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서 ‘제시한 수가 처리할 만한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면, ‘그 과일은 한 입 거리밖에 안 된다.’ 또는 ‘그 일은 한 사람 거리의 일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