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눈이 내리고 찬 바람 부는 겨울에 한껏 들어섰다. 단풍도 낙엽되어 지고 산과 숲이 황량해지고 동물들 입장에선 춥고 배고픈 계절이다. 동물들 중에는 이렇게 힘든 계절을 견디기 위해 겨울잠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들이 있다. 오늘은 이 겨울잠에 대한 얘기이다.
동물들의 겨울잠
겨울잠이라고 하면 뱀, 개구리와 함께 곰이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다. 곰이 우리에게 익숙해서인지, 예전 북미의 크리족 인디언들은 곰이 겨울잠을 자고 철새가 옮겨가는 것을 보고 해가 바뀌는 것을 기준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와 북극해에 걸쳐 거주하는 야쿠트족은 겨울잠을 자는 중에도 곰은 인간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곰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여름엔 곰이 배를 채우느라 바빠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쓸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의 겨울잠은 다른 동물들의 겨울잠과 다른 면이 많다.
겨울잠도 종류가 있다?
나누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거다. 겨울잠의 기간으로 나누면 하루 짜리 겨울잠도 있고, 하루 이상 최대 7달까지 자는 겨울잠도 있다. 기간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얼마나 체온이 떨어지는 지에 따라 나눌 수도 있는데, 보통 곰형, 개구리형, 곤충형, 박쥐형의 4가지로 나눈다.
개구리형 겨울잠
개구리형은 뱀, 개구리, 거북이 같은 변온 동물들이 속하는데,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겨울잠을 잔다. 온도변화가 적은 깊은 땅 속이나 물 밑으로 들어가서 이 녀석들은 거의 뇌사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그리고 몸이 얼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체액에 포도당의 농도를 100배 이상 끌어올려 자동차의 부동액처럼 얼지 않게 만든다.
박쥐형 겨울잠
박쥐형은 다람쥐, 박쥐, 고슴도치 같은 소형 포유류들이 깊은잠을 자는 겨울잠이다. 작은 애들이 먹이도 귀한데 힘들게 나돌아다니다가 잡아먹히면 더더욱 손해니 자면서 버티는 거다. 개구리처럼 동태같이 되는 건 아니지만 심장박동, 체온 등을 극도로 낮추어 겨울을 버틴다. 다람쥐는 1분에 150회 뛰던 심박수를 5회로 떨어뜨리고 체온도 0도에서 5도 근처로 떨어뜨린다. 개구리형이 물 대신 부동액 채워놓고 겨울에 보일러를 끄는 거라면 박쥐형은 외출모드로 돌려놓은 얼지 않게만 작동하게 하는 보일러와 같다.
곰의 겨울잠
곰은 다른 녀석들의 겨울잠과 달리 얕은 잠을 잔다. 박쥐형 동물들과 달리 체온은 5~6도 정도만 떨어진다. 그렇지만 심박수는 1분에 55회에서 9회정도로 떨어지고 대사율도 절반 이상 떨어뜨린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곰처럼 큰 동물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곰이 유일한 거다. 곰는 잡아먹힐 걱정은 없지만 그냥 돌아다니기 힘들고 먹이도 별로 없으니까 겨울잠 자는 거다. 대신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체온을 많이 내렸다가 나중에 다시 많이 올리는게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조금만 체온을 낮춰서 얕은 잠을 잔다. 어차피 덩치가 큰 덕분에 열을 많이 빼앗기지도 않는다. 그리고 최대한 자원을 아껴쓰는데 똥 오줌도 안 누고 재활용한다.
포유류 들은 잠깐씩 깰 때가 있다. 겨울 내내 외출 모드 해놓아도 어쩌다 한 두시간씩 보일러 좀 세게 틀 듯이 5~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깨어난다. 이때마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체온을 쭉 올려서 버틸 힘을 마련한다.
곤충형 겨울잠
아시다시피 곤충들은 알-애벌레-번데기-성체 등의 단계를 거친다. 곤충들도 개구리형처럼 체액을 부동액처럼 바꾸어서 얼지 않게 한다. 그런데 딱정벌레나 개미는 성체로, 모기나 잠자리는 애벌레로 호랑나비는 번데기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이렇게 각자 다양한 단계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살기 힘든 계절이 꼭 겨울만이라는 법도 없어서 여름잠을 자는 녀석들도 있다.
여름잠 자는 동물들
겨울잠과 기본적인 이유는 같다. 살기 팍팍한 힘든 환경이 되었을 때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잠자면서 버티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게 겨울일수도 있고, 여름일 수도 있는거다. 여름잠을 자는 게 곤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달팽이나 게 종류 중에 건기에 여름잠을 자는 녀석들도 있고 폐어류의 물고기는 건기에 물이 마르면 바닥의 진흙 속으로 들어가 몇 달이고 부레로 공기호흡을 하면서 여름잠을 잔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자는 잠부터 시작해서 겨울잠 여름잠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휴면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에서 사용한다.
인간, 겨울잠을 안 자는 건가? 못 자는 건가?
일단 사람에 잠재된 겨울잠 능력부터 얘기해보자.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람 몸에도 겨울잠에 관여하는 유전자나 장치들이 있다고 한다. 겨울잠을 안 자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그런 것들이 발견되는데, 단지 그 장치가 작동하지 않게 스위치가 꺼져있는 상태와 같다. 그래서 과학자들 중에 예전에 작은 포유류들은 대개 겨울잠을 잤을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큰 추위가 닥쳐와서 공룡들의 대부분이 멸종해가던 예전에 포유류는 살아남지 않았겠나 하는 거다.
그러면 이 꺼진 스위치만 작동시키면 사람도 겨울잠을 자게 할 수 있다는 건데 그 역할을 하는 걸로 추정되는 물질들을 몇 개 찾았다. 이 연구가 완결되면, 천왕성처럼 멀리 떨어진 행성으로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을 몇 년 동안 지겹게 고생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근육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메카니즘을 인간에게도 적용하면 우주에서 오래있으면서 우주비행사들이 근육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고 근육이 퇴화되는 병도 고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겨울잠을 자면서 동물들은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니까 이걸 또 사람에게 적용하면 겨울잠을 짧게 자는 것처럼 해서 자는 동안 지방이 빠지게 된다고 한다. 모쪼록 과학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좋은 결과를 얻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