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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연애 문화

2019-05-09

한반도 리포트

© Office of the President

날은 화창하고, 꽃은 화사하게 피어나면서 젊은 남녀의 마음도 설레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연애의 계절이자 웨딩 시즌인 5월을 맞이해서 상담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5월. 북한의 남녀도 이런 설렘을 느끼고 있는지 북한의 연애 문화를 통일연구원 이미경 교수와 알아본다. 


통제와 규제의 대상이었던 연애

과거 북한에서는 모든 남녀 학생과 군대에서의 연애를 통제하고 규제했다. 연애는 자본주의 산물이며 사회주의를 해치는 불순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밀 연애를 하다가 걸릴 경우, 비판의 대상이나 사상 개조의 대상이 됐다. 대학생에게 가해지는 처벌의 강도는 더 높았다. 1차로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계속할 때는 정학처분을 내리고, 그 다음에는 퇴학을 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취해졌다. 단, 남녀가 만나서 자기에게 맡겨진 생산 과제를 초과 완수하겠다고 맹세하거나 공산주의 사상을 굳히는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연애가 허용됐다. 

특히 1990년대 경제난을 기점으로 북한에 일종의 종합시장인 ‘장마당’이 형성되고,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면서 북한에도 자유 연애의 바람이 불었다. 


한류 타고 바뀐 연애 풍속도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은 금지돼 있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구한 USB 등을 통해서 몰래 들여온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장마당 세대’. 1990년대 이후 출생한 북한의 20, 30대들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이 확대되는 모습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연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류에서 그려진 애정 표현을 따라하는 연인도 늘고, 교제 기간을 챙기는 ‘100일 기념일’, 친족에게만 쓰는 '오빠'라는 호칭을 연상의 남자 친구에게도 사용하기도 한다. 연애에 대한 달라진 인식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한결 자연스러워진 연애 풍경

2012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위원장은 그 해 7월,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이 열린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 리설주 여사와 동행했다. 북한의 공식석상에 퍼스트레이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설주 여사가 처음이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팔짱을 끼며 걷는 등 앞선 지도자들에 비해 대담하고 과감한 면모로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 부부의 자연스러운 스킨쉽은 젊은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젊은 남녀가 팔짱을 끼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체로 학교 동창이나 같은 직장의 동료, 친척이나 친지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연인들은 주로 야외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휴양소(휴양지)나 유원지, 강변 같은 곳에서 산보를 하거나 보트를 타고, 영화관에 가기도 한다. 

계층에 따라서 권력이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북한식 종합 유흥몰인 ‘개인투자 서비스센터’에서 수영, 당구, 볼링, 스케이트, 탁구 등을 하는 이른바 ‘평양식 연애’를 즐긴다. 특히 동평양에 있는 ‘청년중앙회관’은 전자오락실, 극장 등을 갖추고 있어서 애인끼리 춤과 노래를 즐기거나 청춘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중매 보다는 연애 결혼 증가 추세, 이혼율도 늘어...

연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북한도 연애 결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대략 10쌍 중 5쌍 이상이 연애 결혼을 하고, 중매로 만난 사람도 절반 이상이 중매 이후 연애 기간을 가진 뒤, 결혼을 한다. 연애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은 여성들의 결혼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연애가 곧 결혼을 의미했지만 경제난 이후 여성이 경제적 주도권을 가지면서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 하는 사례도 있다. 

과거 북한의 여성은 자녀 양육과 가사를 모두 책임졌다. 그래서 경제난을 겪을 때도 장마당에 아이를 업고 나가서 장사하고, 집에 와서는 밥과 청소를 했다. 하지만 여성의 생활력에 의지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북한 여성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 과감한 연애와 만혼을 넘어 이혼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달라진 정치, 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북한의 연애 문화. 인간사 불멸의 주제인 사랑은 앞으로도 북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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